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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공방] 가구 만드는 목수의 철학이 담긴 공간, '보리공방'

"매일매일 가구를 만들고, 학생들과 부대끼며 수업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김보미 기자 2020.06.12

김보미 기자

2020.06.12
 가구 만드는 목수의 철학이 담긴 공간, '보리공방'

[라이킷 김보미 인턴기자] 생활과 가장 밀접한 도구, 가구.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우리는 다양한 가구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여기, 단순하면서도 편안하고, 부드러운 나무의 숨결이 느껴지는 가구 공방이 있습니다. 조금은 느리지만 철학이 가득 담긴 가구를 제작하는 곳이죠. 2008년부터 시작된 가구 스튜디오, '보리공방'을 소개합니다.


보리공방에서 작업중인 모습. 사진=보리공방 보리공방에서 작업중인 모습. 사진=보리공방

Q. 공방지기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5년 정도 가구 작업을 하고 있는 신성현입니다.

제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가구 만드는 일을 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어떤 분은 저를 목수라 부르시고, 어떤 분은 작가라고 부르세요. 어떤 분은 선생님이라 부르기도 하시죠. 지금은 가구를 만드는 작업과 함께, 가구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공방에서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나무를 소재로 가구를 만들고, 가구 만드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가구를 직접 만들 때와 가르칠 때의 느낌은 많이 다릅니다. 가구를 만드는 작업을 할 때는 나무를 이해해야 하고, 사람을 가르칠 때에는 사람을 이해해야 합니다.

주로 일상생활에 쓰이는 식탁, 침대, 의자, 수납장, 싱크대 등 다양한 범위의 생활가구 위주로 작업합니다. 기회가 되면 대학이나 기타 교육기관에 출강을 나가기도 하고. 목공창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멘토링 작업을 하기도 하지요.


Q.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가구를 만들게 되셨나요?

저는 20대 후반까지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가구 만드는 일을 배우게 되었어요.

대학 때 실내 디자인 전공을 했는데, 전공 수업 중 하나였던 가구 디자인 수업이 인상깊었나 봅니다. 수업 중 디자인만 하는것이 아니라 본인이 디자인한 가구를 직접 만드는 작업까지 병행했었는데,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공방 내부 모습. 사진=보리공방 공방 내부 모습. 사진=보리공방


Q. 다른 소재가 아닌, 나무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나무라는 소재로 작업을 하는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작업을 하면서 나무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보통 금속이나 플라스틱의 경우 외형 디자인이 같으면 모두 같은 결과물이 만들어지지만, 나무의 경우 디자인이 같다 하더라도 그 결과물의 느낌은 사용한 나무에 따라 상이해지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가구를 만들기 전, 사용할 나무를 선정하고 고르는것 부터 디자인이 시작되는 것이죠.

또한 나무는 늘 숨쉬고 변하는 소재이고, 물리적 변수가 상당히 많은 소재 중 하나입니다. 그 변수를 해결하고, 때론 그 변수를 디자인으로 적용하며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공방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가구를 만드는 것이 좋아서 배우기 시작했고, 저만의 가구를 작업하려면 공방이 필요했습니다.


Q. 작업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요?

제가 스스로 만족해야 가구를 주문하신 분도 만족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때로는 주문한 디자인이나 예산의 범위를 넘어설 때도 있지만, 제가 만족할 때까지 작업의 완성도를 높여 나갑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주문하신 분과 다시 상담하여 디자인을 일부 변경할 때도 종종 있답니다. 물론 돈을 더 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눈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웃음)


공방에서 제작된 가구. 사진=보리공방 공방에서 제작된 가구. 사진=보리공방


Q.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엔 다들 아마 이렇게 답하지 않으실까요? '애정이 가지 않는 작품이 없다'고··· 다 나름의 애정이 있다고 하겠지요.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보니 스스로의 작업에 한계를 느끼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를 해야만 할 때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기에 완성된 가구들이 좀 더 기억에 남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기존의 접근 방식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가구를 바라봐야 하고, 디자인 과정에서도 작업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죠.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가구는 아무래도 남다른 애정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Q. 공방에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계시죠.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예전에는 단품 위주의 가구를 작업했다면, 최근에는 신축 주택에 들어가는 가구 프로젝트가 많은 편입니다. 대부분 주택 설계단계부터 디자인에 참여하고, 공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함께 조율하며 가구작업을 진행합니다.

또, 펜션에 들어가는 가구 전체를 의뢰받는 경우도 있어요. 최근에는 가구 수업을 듣고있는 학생들과 함께 작업했죠. 작업의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 디자인부터 완성까지 모든 작업과 일정을 소화하고, 저는 전반적인 디렉팅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이 작업한 가구를 펜션에 납품하기 전, 'N512'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요. 지금 그 펜션은 아주 잘 되고 있다고 하네요. (웃음)


Q. 그렇군요. 어떤 분들이 공방지기님께 목공 교육을 받는 건가요?

취미로 하시는 분들, 창업을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함께 수업을 받으세요. 하지만 목적에 따라 커리큘럼을 다르게 구성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디자인 분야 전공자도 있으시고, 타 공방에서 수업을 듣다가 오신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목공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리공방의 가구 모습. 사진=보리공방 보리공방의 가구 모습. 사진=보리공방


Q. 공방의 가구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공방에서는 오더메이드 형식의 가구를 만들기 때문에, 오더 과정에서 의뢰하시는 분의 성향과 원하는 방향을 잘 이끌어내야 합니다. 물론, 그 이후 부터는 전적으로 제 마음대로 만듭니다. (웃음) 대부분 저의 작품들을 보고 의뢰를 하시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 가구에 대한 신뢰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이 되지요.

디자인이 완성되면 작업이 시작됩니다. 저는 가공이 최소한으로 되어 있는 목재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에요. 가공목을 사용할 경우 작업 과정이 편리하긴 하지만, 오히려 저에게 제한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집성판 등의 가공목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수작업과 기계작업을 병행하며 작업하는데, 세심한 디테일을 표현해야 할 경우 대부분 수작업으로 마무리합니다.


Q.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 보고 싶습니다. 각 작품별로 사용된 나무가 다른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나무를 고르시는 건가요?

전반적으로 특별한 나무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공급이 일정하고 원활한 목재를 주로 사용하죠.

보통 하드우드라고 하는 월넛, 오크, 메이플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요즘 들어 저의 색깔을 좀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목재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오더메이드 가구의 특성상 의뢰인의 취향이나 예산에 따라 목재의 수종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Q. 요즘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요즘에는, 전통 소반을 좀 더 단순화시켜 현대 생활에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다른 가구공방과 비교해 보았을 때, '보리공방'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나' 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 입니다.

대규모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가구의 경우 소재, 디자인, 가격 등 제품에 대한 부분이 주된 차별점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한두명의 작업자에 의해 완성되는 공방의 경우, 작업자의 성향이나 능력이 가구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작업자의 철학이나 가구를 대하는 시선, 그리고 그만의 감각이 다른 공방과의 차별점이지 않을까 합니다.


보리공방의 소반 작업 모습. 사진=보리공방 보리공방의 소반 작업 모습. 사진=보리공방

Q. 이 분야를 정식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무엇이 고민인가요?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Q. 공방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오래 전 신혼부부 분들께 가구를 만들어 드린 적이 있습니다. 가구를 납품하고 몇년이 지났을까, 연락이 왔었어요. 공방에 놀러오신다고 하더군요. 반가운 얼굴로 오셔서, 제 가구 때문에 신혼이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 한마디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가구를 만들어 오면서 있었던 힘들었던 기억들이 모조리 즐거웠던 기억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어요.


Q. 앞으로의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매일매일 가구를 만들고, 학생들과 부대끼며 수업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김보미 인턴기자 jany69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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