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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백양희 대표가 바라보는 ‘생리 빈곤’에 대하여

김희영 기자 2021.04.05

김희영 기자

2021.04.05
라엘 백양희 대표. ⓒ라엘 라엘 백양희 대표. ⓒ라엘


전 세계가 ‘생리 빈곤’ 여성들을 위해 월경권 보장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일생 동안 겪는 생리 횟수는 약 480여 회. BBC 분석 통계에 따르면 여성들은 월수입 중 6%에 해당하는 금액을 생리용품 구매에 사용하고 있다.


여성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여성용품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까지 공평하지 않다. 2016년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아직까지도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여성들이 휴지, 양말, 수건 등으로 생리대를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요즘 시대에도 이런 일이 있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생리 빈곤이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의 경제적 수입이 줄어들면서 생리용품을 사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과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생리 빈곤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위해 생리대 바우처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생리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생리용품 배포에 14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영국 스코틀랜드는 생리용품을 무상 제공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전면 무상 공급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단체와 브랜드에서도 월경권 향상과 생리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해피 페리어드(Happy Period), 아이 서포트 더 걸스(I Support the Girls)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 기업에서 생리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여성들의 월경권 보장과 생리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먼 웰니스 브랜드 라엘의 대표이자 공동창업자인 백양희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국내외 월경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해피 페리어드(Happy Period)와 라엘이 함께 한 캠페인 현장. ⓒ라엘 해피 페리어드(Happy Period)와 라엘이 함께 한 캠페인 현장. ⓒ라엘



미국과 한국 문화 모두를 경험하면서 국내·외에서의 월경에 대한 문화나 인식 등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한지?


한국에서의 유기농·자연 친화적 생리대의 비중은 전체 시장의 30% 이상이며,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제품의 안전성, 성분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한국 여성들의 기호에 따라 유기농 시장이 크게 발달했고 상품 또한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아직 5%가 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제품군의 경우도 특정 대기업 브랜드가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선택의 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생리에 대한 인식은 미국과 한국 모두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생리라는 현상을 폐쇄적이고 숨겨야 하는 것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여성들이 생리 기간 동안 겪는 고통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공감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도 생리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며, 생리 빈곤에 대한 현상 역시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해피 페리어스(Happy Period)와 같은 단체들이 나서서 월경권에 대한 교육과 생리대를 지원하며 생리 빈곤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ABC에서 ‘생리 빈곤’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라엘은 다른 여성들을 돕고 싶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해오고 있는지?


해피 페리어스를 통해 집이 없는 여성들의 쉼터, 학교 등에 생리대 기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생리대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생리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강원도 산불 발생 때에도 피해 지역에 생리대를 빠르게 공급했었다. 갑작스러운 재난 재해로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산불 이재민들이 속옷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도록 팬티라이너를 전달했었다. 또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 의료진을 위해 1500만원 상당의 팬티라이너 3000팩을 기부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 55만장의 생리대를 기부했고, 앞으로도 필요한 곳에 기부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여성의 월경권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여성 건강 지식 확산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약사가 알려주는 Y존 관리 방법’ 영상을 시작으로 올바른 여성 건강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유튜브 채널 개설 및 운영을 하고 있다. 초경을 시작하는 딸과 엄마를 대상으로 ‘엄마와 딸을 위한 초경 클래스’도 진행했었다.


뿐만 아니라 초경 증상 및 대처방안 등 초경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생리전증후군(PMS)에 대처하는 방법, 알맞은 생리통 약 복용법 등 생리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교육자료를 개발하여 자사몰을 통해 무료 배포도 하고 있다.


‘월경권 향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는지?


여성이 생리를 하는 것은 매우 자연적인 것이고 존중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기본적인 교육은 물론 생리 자체를 말하기도 힘든 환경이다. 보통 생리, 월경이란 단어 대신 그날, 마법 등의 단어로 대체되어 언급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 가장 쉽게 이해될 것이다. 또한 광고에서는 생리혈을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 잉크로 대체하여 표현하고 있다. 깨끗한, 상쾌한 등의 언어로 이미지메이킹 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생리의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생리라는 것이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사회 전반에 계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월경권 향상을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월경권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실제로 변화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는지?


처음부터 좋은 반응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2019년, 붉은 컬러의 잉크를 처음 사용하여 생리대에 흡수되는 장면을 표현한 디지털 광고 영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맞아 생리는 원래 빨갛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파란색 잉크로 표현한 생리혈을 굉장히 인위적인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하다 여겨왔던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모든 여성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생리. 생리의 연장선으로 보면 폐경도 여성이 겪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폐경과 관련된 제품 기획이나 캠페인 등 향후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하다.


폐경과 함께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요실금이다. 생리와 마찬가지로 요실금 역시 ‘부끄러운 것’,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요실금 패드 구매 자체도 꺼려 하는 경우가 많다.


라엘은 우먼 웰니스 브랜드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작년 7월 ‘라엘 유기농 순면커버 요실금 패드’를 출시했다. 라엘 요실금 패드의 경우 딸이 본인의 생리대를 구매하러 자사몰에 들어왔다가 어머니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한 번 사용해본 사람들의 재구매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라엘이 추구하는 여성을 위한 360도 케어에 맞춰 더욱 다양한 여성용품 라인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콘텐츠 제작과 캠페인을 초경뿐 아니라 폐경에 대한 내용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과 개인의 노력도 있겠지만, 월경권 향상을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개선되거나 시행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으신지?


생리에 대한 의무교육이 강화되고 내용도 실질적인 것으로 변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교육은 생물학적인 접근에 기반한 이론 중심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은 아이들도 초경이 시작됐을 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엄마와 딸을 위한 초경 클래스’ 등을 진행해보면 생리대 사용 방법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서 놀랐다. 생리 전후 증상, 생리대 교체 주기 등 기본적인 부분도 교육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식 없이 갑작스레 접하게 되는 생리는 불쾌하고 불편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공식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버리기 쉽다. 초기 올바른 교육을 통해 여성들 자체가 생리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도 월경권이 향상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여성 월경권 향상을 위해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라엘은 기존과 동일하게 여성에게 필요한 효과적이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연구해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게보린 소포트와의 MOU 체결로 진행한 ‘우먼 웰니스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건강한 생리 문화 확산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호르몬 변화에도 일상의 흐름이 흔들리지 않도록 건강한 생리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라엘 브랜드,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최종 목표다.



김희영 기자 hoo0443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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