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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거친 귀요미들의 세계 '다운타운믹스주쓰'

냐냐와 헬토끼는 왜 무기를 들었을까요?

김은지 기자 2021.01.15

김은지 기자

2021.01.15
사진=다운타운믹스주쓰 사진=다운타운믹스주쓰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는 파란색 쥐가 있어요. 물안경을 쓴 채 수영장에 다녀오고, 요가매트 위에서 명상을 즐기며, 어딘가에 기대 칵테일 한 잔을 상큼하게 마시죠. 틈틈이 니코틴 타임까지 챙기는 이 친구는 '다운타운믹스주쓰'에 살고 있는 쥐순이라고 해요.


이곳에는 쥐순이 같은 동물들을 비롯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매력의 음식, 과일, 사람들도 있답니다. 이 친구들을 한참 보고 있자면, 마음 한편이 괜스레 아련해져요. 1990년대 어린 시절의 흑백 만화와 옷 입히기 책자, 게임북 등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귀여운 비주얼을 넘어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다운타운믹스주쓰, 이 세계관을 창조한 '주쓰' 작가님과 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CHAPTER 1. 다운타운믹스주쓰의 탄생

Q.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셨는지 궁금해요.


A. 어렸을 때부터 계속 무언가를 그렸어요. 어린이 시절에는 지금과 다르게 숫기가 없었는데, 종이 안에서 나만의 세상을 그리곤 했어요. 그렇게 스케치북을 거쳐 공책 맨 뒷장까지 언제든 그림을 그렸고 자연스럽게 미대 진학을 결정하게 됐답니다.


Q. 다운타운믹스주쓰를 론칭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어요.


A. 작가 생활 이전까지 회사에 다니며 디자인 관련 일을 했어요. 대부분의 창작자가 그렇듯 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까지 작가 생활을 하고 있어요. 회사를 그만 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대책 없이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참가하게 됐어요. 페어가 열리기 한 달 전 카페에 앉아 즉석에서 만든 브랜드가 다운타운믹스주쓰예요.


일단 이름이라도 정해두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실제로 캐릭터나 세계관이 술술 정해져서 별 어려움 없이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시절 했던 작업과 비슷한 내용이어서 그 연장선으로 쭉 이어졌던 것 같아요. 조금 더 대중적이고 순하게 다듬어졌을 뿐이에요.


사진=다운타운믹스주쓰 사진=다운타운믹스주쓰


Q. 어떤 콘텐츠에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A. 대부분의 영감은 제 어린 시절에서 와요. 기억에서 힌트를 얻으며 그 시절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요. 이 작업이 어려우면서도 재밌어요. 또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영상물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할 때 영상을 틀어놓고 곁눈질로 보는 걸 좋아해요.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클로즈 이너프'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일상처럼 당연하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코미디를 좋아해요.


Q. 다운타운믹스주쓰를 꾸려가며 '행복하다'고 느낀 달달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제 작업이 좋다고 말씀해주실 때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해요.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 작업관이 그대로 담긴 책 작업을 좋아해 주시면, 하루가 기분 좋을 정도로 기뻐요. 물론 제가 성공한 덕후가 되어 기뻤던 경험도 있어요. 사랑하는 더블V(송은이, 김숙)의 음원이 나와 그저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그림을 그려 SNS에 올렸는데, 이걸 언니들이 직접 봐주셔서 눈물 날 정도로 행복했어요. 쥐와 개로 그렸다고 타박하셨지만 말이에요(웃음). 미역 선물도 보내주셔서 보물로 섬기며 아껴 먹고 있어요.



CHAPTER 2. 다운타운믹스주쓰의 친구들

Q. 다운타운믹스주쓰에서는 성별이라는 게 의미 없어 보여요. 캐릭터마다 성별이 없어 보이게끔 설정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다운타운믹스주쓰의 캐릭터들은 1980-1990년대의 향수를 안고 태어난 친구들이에요. 현대성을 부여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성별을 설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표적인 캐릭터가 후와후와예요. 과거에는 예쁜 옷을 입고 미소 짓는 소녀가 당연한 캐릭터였겠지만, 현재에는 후와후와 같은 친구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털'을 설정했어요.


그렇다고 보는 분들에게 성별이 없음을 강조하고 싶진 않아요. 보고 싶으신 대로 보고 해석하는 게 더 좋아요. 후와후와가 털을 기르는 여성이 될 수도 있고, 흔하지 않은 차림의 남성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요.


사진=다운타운믹스주쓰 사진=다운타운믹스주쓰


Q. 냐냐와 헬토끼, 쥐순이, 후와후와 등 다운타운믹스주쓰 캐릭터들은 무기를 들고 다녀요. 칼이나 권총, 몽둥이 같은 것들요. 이러한 설정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개인적으로 특별히 활동하지는 않지만 동물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언제나 결론은 '인간이 없으면 동물은 행복하다'로 귀결되더라고요. 실제로 동물 학대 사건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작은 동물들에게 인간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주고 싶었어요. 헬토끼, 냐냐 등 센 캐릭터들은 절대 동물을 공격하지 않아요. 그 무기로 인간만 응징해요.


Q. 어린아이들이 주 독자층인 초등독서평설의 표지 작업을 하셨을 때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A. 출판사에서 다운타운믹스주쓰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해주길 원하셔서 '순한맛' 헬토끼와 쥐순이를 그렸어요. 다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유치하게 그리면 안 된다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어요.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어린이용은 유치하고 재미없다 생각했거든요. 두 번째는 캐릭터의 성별을 두드러지게 표현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출판사에서도 권장해주셨던 부분이라 즐겁게 작업했어요.


사진=다운타운믹스주쓰 사진=다운타운믹스주쓰


CHAPTER 3. 다운타운믹스주쓰의 미래

Q.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카와파라 팝업스토어에 참가하셨는데, 혹시 일본인 고객분들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추후 해외 팝업스토어에 진출할 계획이 있으신지 또한 궁금해요.


A. 일본인 고객분들이 다운타운믹스주쓰 캐릭터를 좋아해 주셔서 페어나 팝업스토어에 자주 참가하고 있어요. 그때마다 쥐순이 인기가 유독 특별해 신기했어요. 쥐순이가 본인의 '최애' 연예인과 닮았다며 지금까지 나온 모든 쥐순이 제품을 구매하시는 일본인 고객분도 계셨어요. 그 연예인이 누군지 저도 궁금해요. 해외 이동이 자유로워진다면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


Q. 준비하고 계신 작업 및 프로젝트 및 올해 계획과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A. 작년 내내 작업한 컬러링북이 1월 중 출간될 예정이라 기다리는 중이에요. 두근거려요. 그리고 올해 만화책 출간을 예정하고 있어요. 상반기에는 계속 다운타운믹스주쓰 친구들이 등장하는 만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하반기에는 그저 코로나19가 종식돼 모두가 안전하게 지내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주 불량한) 천주교 신자인데, 자기 전 항상 좋은 작가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 바람대로 좋은 작가로 오래 활동하는 게 제 꿈이에요.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요.



김은지 기자 hhh5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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