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에서 ‘군침이 싹도노’ 짤 이후 대유행을 맞게 된 잔망루피는 최근 광고계의 핵인싸로 떠오르며 많은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스카우트되는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래의 순수하고 착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문구, 표정 패러디가 MZ세대의 지갑을 여는 강력한 요소로 부각된 것인데요. 민지(MZ)들이 푹 빠진 잔망루피의 매력을 집중 분석해 봤습니다.


EBS ‘뽀롱뽀롱 뽀로로’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루피는 다정한 꼬마 비버입니다.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상냥한 성격을 갖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뽀로로에 비해 루피는 큰 주목을 받지 않았는데요.
2년 전 다양한 표정이 담긴 루피짤의 대유행과 함께 카카오톡을 통해 이모티콘이 출시되며 1탄부터 4탄까지 판매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브랜드 협업과 마스코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며 모든 연령대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커다란 잔망루피를 직접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팝업스토어가 열렸을 때만 가능한데요. 3월 더현대 서울에서 잔망루피 팝업스토어가 열렸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픈 30분 전 팝업스토어 현장을 찾았습니다. 문이 열리기도 전이었지만 이미 대기줄이 있고 저는 열한 번째 순서에서 기다렸습니다. 뒤로 줄은 금방 길어졌는데요. 서 있는 사람 중에는 엄마와 딸, 친구끼리 온 사람들도 있었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보였습니다.
10시 30분 정각이 되자 입장이 시작됐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물건을 파는 부스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시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줄은 물건이 있는 부스로 먼저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요. 자연스럽게 바구니를 들게 된 저는 여러 굿즈들 앞으로 향했습니다. 진열대에는 양말, 휴대전화 케이스, 스티커, 인형, 공책, 파우치, 우산, 디퓨저 등 개성 넘치는 잔망루피 굿즈들이 있었습니다. 대형 인형의 경우 직원들이 제품을 내려놓자 순식간에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요.

계산 대기줄도 꽤 길었는데 방문한 인원에 비해 공간이 협소해 구매하는 사람들과 계산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기도 했습니다. 계산 후 옆길을 따라 포토존으로 향했는데요. 거대한 잔망루피 피규어가 다양한 표정으로 맞이해 줍니다. 줄을 서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세워놓은 벽조차 캐릭터와 재미있는 문구가 담겨있어 사진기를 꺼내게 만들었습니다.
방문객에게 팝업스토어에 온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귀여운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고 싶어서 왔다”, “온라인에서도 판매하지만 여기서만 살 수 있는 제품들이 있어서 사려고 왔다”, “평소에 이모티콘으로 많이 쓰는데 직접 눈으로도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 왔다” 등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잔망루피는 착한 이미지에 다양한 감정들을 녹여내 재미는 물론 귀여운 캐릭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루피 디자이너 역시 더 망가뜨려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시즌에 이어 잔망루피는 2022년 시즌까지 LG트윈스의 잔류를 선택하며 마스코트로 재계약했습니다. 특히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게스트 앰버서더로 임명되며 캐릭터계 최고 ‘인싸’를 인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잔망루피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잔망루피는 순수하고 귀여운 겉모습과 다르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어 반전 매력을 뽐냅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과 사회생활에 찌든 우리네 모습이 반영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인데요. 현재까지 잔망루피의 캐릭터 스토리가 잘 유지되고 있어 꾸준한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펀슈머 마케팅에 활용되는 캐릭터 인플루언서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MZ세대가 원하는 힙스러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캐릭터에 사람을 대입시켜 영역을 파괴한 출연을 통해 활용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잔망루피 역시 밈(meme)으로 시작했지만 오프라인 영역까지 인기가 확장되며 다양한 산업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콘텐츠가 된 것이죠. 더 이상 뽀로로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체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역할은 루피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됐습니다.
김희영 기자 hoo0443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