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솔로지옥’, NQQ, SBS Plus ‘나는솔로’, TVING ‘환승연애’, MBN ‘돌싱글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연애 관찰 예능이라는 점입니다. 앵글 안 다양한 커플들의 리얼한 연애 상황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대리만족을 충족시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리얼과 설정의 중간 사이에서 상상 속 연애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줘 높은 시청률과 이슈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방송 포맷의 다양화와 만인의 관심사인 연애라는 소재가 만나 흥미를 유발합니다. 비연예인 출연진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이입시켜 몰입해 보게 되는데요. 특히 ‘돌싱’, ‘환승’ 등 이전에 다루지 않은 현실적인 소재를 활용한 방송 기획과 연출들이 민지(MZ)들의 공감과 설렘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연애 관찰 예능이 뜨면서 민지들의 연애 가치관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MZ세대들은 연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민지들에게 요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습니다.


민지들에게 요즘 어디서 주로 연애를 하는지 물어봤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만남의 횟수도 줄고 사람은 대체 어디서 만나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만남의 방식이 바뀌면서 데이트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H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가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졌어요. 예전에는 카톡으로 대화를 하곤 했는데 요즘은 카톡까지 가지도 않아요.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실시간 스토리에 올라오는 일상을 보면서 감정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질문을 던지기도 하죠. 꼭 답변을 안 해도 되고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하거나 끝맺음을 고민하지 않아도 두 번 터치로 끝내기도 해요. 일반적으로 인스타그램은 자신의 일상을 올리기 때문에 댓글을 다는 친구들이나 사진을 보면서 그 사람에 대한 취향이나 성격 등을 볼 수 있어요. 인친이기 때문이 부담스럽지도 않고요. 친해지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해요. 사귀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SNS가 가져온 변화인 거 같아요.”
M님
“예전보다 데이트 앱에 들어가는 시간이 늘었어요. 목적 자체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들어오는 곳이기 때문에 부담도 덜하고 감정이나 시간적인 소모를 줄일 수 있죠. 첫 데이트도 실제로 만나기보다는 영상통화로 가볍게 보는 편입니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대면했다가 무서운 일을 당할까 봐 부담 없이 영상통화로 첫 만남을 가져요. 서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실제로 만나기도 하죠. 친구가 소개팅해 주는 것보다 사진이나 취미 등 정보를 보고 내가 선택해 대화를 나눠볼 수 있어서 좋아요. 주선자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죠.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었는데 데이트 앱을 통해 스스로 만남의 기회를 늘리고 있어요. 물론 올려놓은 정보가 다르거나 가짜로 올리는 경우도 있긴 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앱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개인 정보를 인증하는 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하기도 하더라고요. 유료 결제를 하면 좀 더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설정해 매칭할 수 있어서 지갑도 자연스럽게 열게 되더라고요.”
S님
“너무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동호회에 가입했어요. 취미 앱이 따로 있는데, 검색을 통해 가입하고 싶은 동호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원이 정해져 있다 보니 소수 정예로 취미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인테리어, 등산, 골프, 요리, 외국어 공부 등 좋아하거나 관심분야를 공유할 수 있어서 대화가 잘 되더라고요. 모임에 나오다가 연인으로 발전한 사람들도 많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오는 분들도 많아요. 이런 분들은 목적이 사람이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느 날 모임에서 안 보여요.”


MZ세대의 연애 생각은 어떨까요? 연애와 결혼을 위해 꼭 상대를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MZ세대가 추구하는 ‘개인의 행복’에 대한 가치관은 연애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남들에 의한 연애가 아닌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선택하는 문화로 성장한 것이죠. 민지들에게 사랑은 부모나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결혼 이후 출산까지 강제적인 어떤 절차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혼자서도 행복하다면 굳이 나이에 맞춰 결혼을 하려는 수고로운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연애 역시 비슷합니다. 상대와의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이 행복한가를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둡니다. 상대를 위해 나를 낮추면서 희생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커리어와 나만의 시간이 중요해지면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대한 귀차니즘도 연애에서 큰 영향을 줍니다. 실용적이고 정확한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연애는 선택적인 항목이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서로를 만나 바꿔 나가고 함께 성장하는 것 대신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이 되어주거나 나에게 딱 맞춰진 상대를 만나길 원하죠.
물론 모든 MZ세대가 공통된 연애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만남 속에서 꿈꾸던 사람을 만나길 기대하는 로맨틱한 연애를 꿈꾸기도 하죠. 무엇이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사람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영 기자 hoo0443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