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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코도모를 닮은 모양 ‘뫼비우스의 띠’

래퍼 소코도모 인터뷰

김희영 기자 2021.08.03

김희영 기자

2021.08.03
소코도모와의 인터뷰.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라이킷


‘아티스트’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래퍼 소코도모는 2019년 Mnet ‘고등래퍼3’에서 프로펠러 모자를 쓰고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며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어린 나이에 대중의 기대와 주목 속에서 겪은 일상에서의 혼돈은 그에게 경험이 되고 영감이 되어 예술적인 감각으로 작용했다. 소코도모는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와 누구와도 비교 불가한 음악을 들려주며 대체불가한 래퍼로서 자리매김 중이다.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음악을 선보여 온 소코도모는 대중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너무 서두르거나,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소코도모화된 음악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거기서 얻은 가치와 생각을 음악에 담아낸다. 현재를 살며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소코도모의 여정이 어쩐지 더 궁금해진다.


앨범 활동 종료 후에도 쉼 없이 곡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코도모는 ‘쇼미더머니 10’에 지원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많은 경험들을 하나로 이어지게 만들어 자신만의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요즘 뭐하고 지내나요?


1년 동안 준비한 앨범 활동을 끝냈는데, 열심히 준비했었기 때문에 끝나고 번아웃이 올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아쉽더라구요. 그냥 ‘좋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있었어요. 요즘 계속 작업하고 다음 곡은 어떤 곡을 낼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활동한지 2~3년 만에 가장 편한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고 활동했던 것 같아요. 주위에 오랫동안 음악 하고 계신 분들을 보면 여유로운 음악 활동을 하는 게 부러운 마음이 컸거든요. 예전에는 ‘난 왜 항상 조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이번 앨범은 시간에 쫓김 없이 단계별로 맞춰 준비했고, 그에 맞춰서 피드백도 나쁘지 않아서 ‘아 이렇게 음악을 해도 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소코도모 음악에는 다양한 스토리와 콘셉트가 있습니다. 매번 다르겠지만, 음악에 담고자 하는 것이 있나요?


아버지 직업 상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해서 초등학생 때 학교를 3번 옮겼었거든요. 그때의 노스탤지어가 마음이 아플 정도로 좋았어요. 뼈까지 흡수된 그 감정, 그 아우라를 제가 사람들한테 전달해서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음악을 시작했을 때 그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고, 그래서 어린이라는 뜻이 이름에 반영됐어요. 이름은 어린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지만 음악적으로는 그냥 잘하는 사람이 되면 유치하지 않겠다 싶더라구요. 제가 항상 음악에서 전달하고 싶은 에너지는 극도의 즐거움과 저희가 어렸을 때 느꼈던 향수 같은 것들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흐려지지만 더욱 강해지며 변질되는 그 향수의 짙어짐을 아시나요? 제 음악도 꼬이고 꼬여서 더 짙어지는 소코도모만의 향을 담아내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꼬인 음악이라는 게 듣기 편한 음악이 아닐 수 있어요. 보통 대중적인 음악을 듣기 편한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제 음악은 제가 느끼는 감정을 담아내는 곡이거든요. 극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거나 들으면서 소코도모의 생각을 또다시 생각하게끔 만드는 음악을 만든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하되, 가사 자체는 굉장히 우울하게 쓰는 편이에요. 사운드는 행복하고 신나고 화려한데 가사 자체는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죠. 오히려 이런 부분이 더 강하게 마음에 와닿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꼭 음악을 한 방향으로만 맞춰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소코도모가 추구하는 음악이구요.


어렵게 풀어내는 음악을 아주 잘하는 소코도모. 소코도모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층이 꽤 두꺼운 편이에요. 한편으로는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쉽게 풀어내는 대중적인 음악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편인가요?


고민은 물론 하고 있어요. 원래는 안 했었거든요. 예전에 오디션 방송이 끝난 후 많은 혼란이 몰려왔어요. ‘음악을 이렇게 해야 하나?’, ‘캐릭터는 이런데 음악을 쉽게 풀어야 하나?’ 등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번아웃이 오더라구요.


고민들과 혼란, 사람들의 주목을 한 번에 받는 상황 등 복잡한 감정들이 다 얽혀있었어요. 어딜 가도 자제해야 되는 모습, 조심해야 하는 모습 등 환경적인 변화도 있었거든요. 동시에 음악을 좀 더 생각하면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재미있게 음악 하는 방법만 알아서 생각하면서 음악을 한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뭔가 더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음악만 준비하다 보니 그 외에 말하는 법, 옷 입는 법 등의 연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부분에서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방향성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서 자꾸 해야 되는 것들만 떠오르다 보니 혼란스러웠던 거죠.


제가 전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방향성에 대한 문제거든요. 듣기 편한 노래를 하게 되면 연령대가 다양한 팬들이 생기겠지만 아티스트적인 면모는 조금 덜한 음악을 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 퇴근 후 집에 오시면 퀸, 프린스, 자미로콰이 등의 아티스트 노래를 통기타와 베이스를 치면서 매일 들려주셨어요. 자연스럽게 습득한 아티스트 감성이 서서히 저의 한 부분이 됐기 때문에 제 스스로가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한 부분 한 부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게 생겨버린 거죠.


우연하게도 이런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양승호의 생각을 보여줘야겠다 정리하니 좋은 곡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을 많이 했던 이전 앨범들보다 이번 앨범 반응이 훨씬 좋더라구요. (웃음) 같이 음악 하면서 조언해 주는 형들도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음악 해도 될 것 같다고, 네 감을 믿고 따라가도 될 것 같다고 해주시더라구요.


보이콜드, 스콰(SQUAR), 세사미, 그루비룸 휘민, 박재범 등 형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들도 저와 비슷한 고민과 같은 방향성을 갖고 간다고 생각해요. 제 스타일의 꼬인 음악에서 한 단계 나아가 대중에게 더 가까운 방향으로 가는 것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이번 앨범을 통해 제 음악의 방향성에 대해 조금은 정리가 된 느낌이 들어요.


소코도모가 곡을 만드는 방법도 독특할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곡 작업을 하나요?


이번 앨범을 예로 들면 작년 7월쯤 친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세사미(SESÅME)가 한국에 왔는데 같이 음악 작업을 하면서 곡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세사미가 ‘우리의 문제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더라구요. 생각해 보니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무대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열정과 오기가 생겨 화가 났었거든요. 내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루에 2~3곡씩 만들 수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세사미와 화가 나는 얘기를 이어나갔어요. 서로에게 못생겼다고 하면서 간단하게 시작한 이야기가 음악에서의 깊이 있는 얘기까지 나오게 됐죠. 그렇게 세사미와 만나고 이런 과정을 통해 ‘...---...’ 앨범이 나올 수 있었어요.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가 아프던 시기였어요. 제 앨범 소개 문구와 연결되어 있죠.


독특한 개성과 실험적인 시도로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 소코도모.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라이킷



뮤직비디오가 늘 신선합니다. 개성이 뚜렷하고 실험적인 연출이 예술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생각하는 걸 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저는 오히려 쉽게 하는 게 더 어렵다고 느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스타일리스트 형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승호야. 너는 왜 멋있는 옷을 입으면 안 어울리고, 이상한 옷을 입으면 왜 어울리는 거니?”라고 하더라구요. (웃음) 어릴 적 찍어놓은 영상들만 봐도 혼자 계속 말하고 있거나 이상한 행동들을 하고 있어요. 저는 천성이 이상한 아이인 것 같아요. (웃음) 그냥 그 사실을 깨닫고 빠르게 인정했어요. 제가 언제 어디서 이런 행동을 해도 ‘소코도모는 원래 저런 아이니까!’라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구성도 제 피부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개성 있게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밍 자체가 왜 이상한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있거든요. 사실 다른 나라에서 살았던 경험들, 다른 문화를 접해보고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봤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편하게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제가 느끼고 원하는 대로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인 것 같아요.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없으면 그건 그냥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창의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끌어내는 계기를 겪는 것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은 특히나 자신들을 풀어놓고 사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요. 다들 바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몸이 맞춰 있다 보니 틀에 잡힌 삶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만드는 사람들도 존재하겠죠. 제 시선에서는 좀 더 자유로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쨌든 저는 아버지의 작품이니까요. 아버지를 통해 해외를 갈 수 있었고, 지금의 음악을 하게 된 것들도 그때의 경험이 바탕이 된다고 생각해 아버지께 늘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웃음)


일상 속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어요. 소코도모의 요즘 최고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전에 서핑을 하러 갔었는데 재밌더라구요. 파도를 제대로 3번 탔는데, 파도를 탔을 때 인공적인 느낌이 아니라 물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인간적이고 부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을 받았어요. 서핑이 진짜 재미있고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서핑을 알려주시는 직원분들이 계신데 삶 자체가 자연스럽고 평화로워 보였어요. 나중에 여유가 되면 서핑을 취미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서울에 있으면 바쁜 일상이 쉴 틈 없이 돌아가거든요. 서울에서 말하는 ‘어, 그래’와 그곳에서 듣는 ‘어, 그래’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20대가 되고 혼란스러운 시간들을 겪으면서 ‘평화로운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라는 모토를 갖게 됐어요.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찾는 것이 제 목표이자 최고의 관심사입니다.


음악에 대한 고민도 평화라고 할 수 있나요?


이 고민을 시작하면서 소코도모와 양승호를 분리해서 생각하게 됐어요. 음악 할 때는 소코도모라고 생각하고, 일상을 살아갈 때는 양승호로 생각하기로 했거든요.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은 양승호, 소코도모로 살 때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것을 시도합니다. 두 가지가 합쳐져 있을 때 삶이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냥 양승호라는 사람은 조용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소코도모는 양승호가 못하는 것들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라 정의했죠. 스위치 같은 게 있는데 그게 되더라구요. 작업실로 향할 때 스위치가 딱 켜져요. ‘오늘 작업 뭐 해야 되지?’ 그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랩이면 랩, 기획이면 기획, 연기까지 잘하는데, 소코도모도 ‘나 이런 부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현실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뭘 할 때도 ‘달은 갈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하는데 진심으로 믿는 편이죠. 현실적인 생각, 어떤 것을 기획했을 때 구현할 수 있는 현실성에 대한 부분들 등. 사실 하나씩 따져보면 정말 많아요. 하고 싶은 것도 진짜 많거든요. 호기심이 많고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공부가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진정한 내 것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실행해보고 느끼는 것들이 있어야 진짜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 20대 후반에 상상하는 모습이 있거든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집 하나를 장만하는 것인데요. 딱 집 한 채에 그 집을 관리할 수 있는 돈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하나만으로 정말 많은 문제들이 사라진다고 보거든요.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소코도모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다’라는 말이 많아요. 그만큼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독보적인 뮤지션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봐요. 목표가 있나요?


음악으로 제가 목표하는 것은 한국인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아보고 싶어요. 그걸 받을 수 있는 제 안의 잠재력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내적인 가치가 언제 올라와서 빛을 보느냐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내년이 될 지도, 30대가 될 수도 있고, 50대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때를 바라보고 열심히 준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라는 장애물이 있긴 하지만 해외를 바라보고 추후 활동 계획도 생각하고 있어요.


소코도모가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나의 인생은 어떤 모양인가요?


저는 20대 때 음악을 가장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 이후로는 다른 것을 더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영상이나 다른 예술 분야를 깊이 있게 해보고 싶어요. 물론 음악과 동시에 새로운 분야를 하는 거죠. 각 분야의 감각적인 부분들을 개발하면서 연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언젠가 그것들이 만나서 함께 가게 되고 끝없이 이어져 나가게 될 것 같아요. 가장 복잡한 모양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모양으로 따지자면 점점 커지는 ‘뫼비우스의 띠’가 되지 않을까요.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40~50대가 된다면 장편 영화 한편을 찍어보고 싶어요. 그때 되면 올해 태어난 친구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의 늙은 양승호를 닮은 내용이 담기지 않을까 싶어요. 절대 쉬운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공부는 필수 인 것 같습니다. 제대로 해야죠!



김희영 기자 hoo0443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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