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력 비행기 발명으로 명성을 떨친 라이트 형제. 이들은 수많은 고난과 실패 끝에 인간의 비행 원리를 알아내는데 성공한다. 당시 사람들은 하늘에서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생각조차 못 했지만 두 사람은 끈질긴 집념으로 수많은 책을 읽고 라이더 시험 비행을 반복했다. 절망에 절망을 거듭한 끝에 라이트 형제는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완성했고 라이트 형제를 무시했던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줬다.

국내외 기업들도 하늘을 나는 도심 택시를 개발 중이다. ‘날개 달린 택시를 탄다는 게 말이나 돼?’라는 반응이 대부분일 테지만 라이트 형제의 성공기를 보면 시간이 걸릴지라도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정말이지 2025년에는 경기 용인터미널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에어택시가 하늘을 날고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늘에 택시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가 꿈꾸던 항공시대의 빗장을 열었듯이 사람들이 에어택시를 타고 다닐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현실화되고 있는 에어택시를 언제쯤 직접 타볼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자.


한화시스템은 에어택시 개발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준비해왔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개인 항공기(PAV) 전문 기업 오버에어에 지분 투자를 진행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의 오버에어는 도심항공교통(UAM) 에어택시 기체에 대한 핵심 기술을 보유해 한화시스템과 함께 에어택시 ‘버터플라이’를 개발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내리기 위한 버스 정류장이 있듯이 에어택시를 타고 내릴 정류장이 필요하다. 한화시스템은 에어택시를 타고 내릴 도심공항 구축을 위해 영국 도심항공교통수단(UAM) 인프라 전문 기업 스카이포츠(Skyports)와 지난 5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카이포츠는 기체 소음관리, 전기 배터리 충전 등 운항서비스와 플랫폼 개발 협력에 힘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시스템은 2024년까지 에어 모빌리티 기체 버터플라이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에는 양산 및 시범 서비스 시작을 계획 중에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도심항공교통(UAM) 우수 인재를 영입해 미래 모비릴티 비전 시나리오를 그렸다. 미래 항공 모빌리티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2019년 UAM 사업부를 신설했고 미 항공 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또한 지난해 1월에는 항공 컨설팅 회사 ‘어센션 글로벌(Ascension Global)’ 대표인 파멜라 콘(Pamela Cohn) 상무를 글로벌 전략·운영 담당으로 임명하는 등 미래 항공 모빌리티 관련 사업 인재 영입에 힘을 쏟았다.
현대자동차는 미래 산업인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 우버와 손잡았다. 지난해 1월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우버의 항공 택시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완성된 개인용 비행체(PAV) ‘S-A1’을 공개했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된 이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공개된 콘셉트를 기반으로 우버와 함께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다.


정부에서도 도심항공교통(UAM)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 3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UAM) 기술로드맵’을 확정해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로드맵은 도심항공교통 상용화를 위해 실제 운영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로드맵 내용은 상용화 시나리오에 따라 필요한 UAM 관련 기술을 발굴하고 그에 따른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UAM이 안정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될 경우 교통수단으로서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국토부는 2035년에는 UAM 비행거리가 서울에서 대구로 갈 수 있는 300㎞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때에는 UAM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어 배터리 용량 증대 및 기체 경량화가 가능해 비행 속도도 시속 300㎞로 빨라진다는 전망이다. 버티포트(일종의 UAM 공항) 역시 전국적으로 50여 곳에서 구축되고 200여 개 노선이 운항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이와 함께 이번 기술로드맵은 안전성·수용성·경제성·지속가능성·상호발전을 기술로드맵의 핵심 목표로 기체 및 승객 안전성 확보 기술을 최우선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기상변화와 충돌 등 위험요인을 대비한 안전성 기반 시스템을 설계·제작하고 인증·시험평가 등을 통해 기체 안전성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해외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은 UAM 개발 막바지다.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에비에이션은 올해 말 전기 항공기를 미국에 띄울 예정이다. 에비에이션이 개발한 전기항공기 ‘앨리스(Alice)’는 조종사 2명과 승객 9명을 태워 비행하는 통근용 소형 항공기다. 이 기체는 전기 배터리 완전 충전 후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를 비행할 수 있어 2024년에는 미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운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2025년 일본 하늘에 에어택시가 날아다닐 전망이다. 일본항공(JAL)은 독일 볼로콥터(Volocopter)가 개발한 2인승 전기 수직이착륙기를 투입해 에어택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혼슈에 위치한 미에현에서 공항과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여객운송 서비스사업을 2025년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항공기는 최고 시속 110㎞로 한 번에 약 35㎞를 날 수 있다. 일본항공은 20㎞ 근거리 시험 비행을 시작으로 비행 가능 영역을 점차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하늘 위의 자동차를 실제 하늘에서 볼 날이 머지않았다. 국내외 기업과 정부는 새로운 교통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를 활용한 도심항공교통(UAM) 모빌리티로 도시 인구 과밀화로 인한 교통체증 문제와 이산화탄소 배출 환경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한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바로 ‘안전’이다. 어떠한 교통수단이든 안전해야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 UAM이 혁신적인 교통수단이지만 기체 안정성 인증제, 교통 법적 규제 등 안전을 보장받을만한 사회적 장치들 역시 필요하다.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가 곧 일상 속 안전한 대중교통으로써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장지혜 인턴기자 ss0428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