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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비건 베이커리 '포포브레드', 내 아이의 첫 빵을 위해

사람·동물·지구·내일 위한 비건 베이커리
한순천 대표 "선한 영향 줄 수 있길"

김은지 기자 2021.02.02

김은지 기자

2021.02.02
비건 베이커리 포포브레드 비건 베이커리 포포브레드


버터와 우유, 계란, 정제 설탕을 쓰지 않는 베이커리가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자리 잡은 '포포브레드'는 땅이 주는 식물성 재료와 천연발효종만으로 빵을 만들고 있어요. 식빵 하나를 손질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도 괜찮아요. 포포베이커리는 사람과 동물, 지구, 그리고 내일을 위해 느리지만 섬세하게, 더디지만 순수하게 '내 아이의 첫 빵'을 탄생시켜요.


오늘도 포포브레드는 연희동 골목을 지키며 모두를 위한 빵을 반죽하고 있어요. "버터 하나면 끝낼 걸, 계량제 하나면 끝낼 걸 안 쓰니까 빵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좋은 재료와 긴 시간이 특별한 빵 맛을 내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맑게 미소지은 한순천 대표에게서 포포브레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for four bread: 우리를 위해

포포브레드 이선희 COO, 한순천 CEO 포포브레드 이선희 COO, 한순천 CEO

포포브레드 한순천 CEO 포포브레드 한순천 CEO


Q. 포포브레드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A. 30대 중반 건강식품회사에서 전략기획 일을 하던 중 면역질환을 앓았어요. 무심코 먹은 것들이 몸에 이상 반응을 일으켰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응급실로 갔어요. 알레르기 내과부터 피부과, 한의원까지, 안 가본 병원이 없었어요. 그래도 소용이 없길래 비건식을 6개월 해봤는데 몸이 나아지더군요.


빵순이였던 저는 일반 카페, 베이커리의 빵을 먹을 수 없게 됐어요. 먹으면 몸에 바로 두드러기가 생겼거든요. 이때 '나 같은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영양사 출신의 친구(포포브레드 이선희 COO)와 함께 2년 정도 베이커리 사업을 준비하게 됐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포포브레드예요.


Q. 포포브레드 오픈을 위해 제빵 공부를 한 건가요?


A. 제빵을 하던 사람이 아닌지라 기초부터 시작해야 했죠. 사실 제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대생 출신이거든요. 베이커리는 잘 몰랐던 분야라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공부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더군다나 제가 하고자 하는 게 비건 베이커리이다 보니 계란, 설탕, 버터를 대체하는 재료가 필요했어요.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먹거리를 불리고 갈며 풍미와 점도 및 텍스처를 맞췄어요.


영양사 출신이자 일본 유학을 하고, 10년간 디저트 개발에 매진했던 이선희 COO는 치즈 케이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레시피를 바꿔 나갔어요. 테스트도 많이 했죠. 아무래도 대체할 만한 재료가 쉽게 보이지 않는 메뉴에는 공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먹고 싶은 걸 못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을 위해 재료에 신경을 많이 썼답니다. 알아봐 주시는 손님들이 계셔서 감사하죠.


Q. 오픈 1년 만에 2021 망고플레이트 인기 맛집에 선정됐어요. 성장세가 남다른 것 같아요.


A.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포포브레드는 이제 걸음마를 뗀 베이커리거든요. 거창하지도 않고 천천히 흘러가는 빵집이에요. 버터 하나면 끝낼 걸, 계량제 하나면 끝낼 걸 안 쓰니까 빵을 만들 때 시간이 오래 걸려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좋은 재료와 긴 시간이 특별한 빵 맛을 내주는 것 같아요.


포포브레드의 따뜻한 빵 포포브레드의 따뜻한 빵

귀여운 식빵 귀여운 식빵



for four bread: 당신을 위해

Q. 비건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모를 고충도, 시행착오도 많았겠지만 보람을 느낀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A. 어느 날 다섯 살 꼬마 아이가 가게에 왔는데 초콜릿를 한 번도 못 먹어봤다고 했어요. 어린 친구가 '이거 제가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이에요?'라고 묻더라고요. 알고 보니 시중에 파는 걸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아이였어요. 먹고 싶은 게 넘칠 나이인데 말이에요. 그런데 포포브레드가 이 아이의 첫 빵이 됐을 때 정말 감사했어요.


암 환자 아버지를 둔 따님은 가게에 오실 때마다 쌀깜빠뉴를 12개씩 구매하세요. 아버지의 유일한 낙이 저희 빵을 드시는 거라고 전해 들었어요. 유당불내증이 있는 한 손님은 저희 빵이 몸과 입맛에 딱 맞는다고 해주셔서 감동적이었어요.


Q. 외국인 손님도 많아 보여요. 해외에서 온 분 중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A.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꽤 계셨어요. 특히 글루텐을 처리하는 효소가 없어서 생기는 질환 셀리악병(celiac desease)을 앓는 분들이 포포브레드를 많이 찾으셨죠. 해피카우라고 채식, 비건 관련 식당 목록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는데, 외국인 분들이 이걸 통해 저희 가게를 아시는 것 같아요. 폴란드 출신의 한 승무원 손님은 비행이 있을 때마다 포포브레드를 찾으셨어요. 비건을 지향해 저희 빵을 먹는다고 하셨어요.


사랑스러운 비건 치즈케이크 사랑스러운 비건 치즈케이크

포포브레드 내부 포포브레드 내부



for four bread: 지구를 위해

Q. 플라스틱과 비닐 대신 종이포장을 하고, 매장 내에서 스테인리스 빨대를 쓰며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계세요. 외에 동물과 지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A. 재활용, 재사용을 잘하려고 해요. 처음 택배 서비스를 했을 때 쓰레기가 빵보다 더 많아 보여 스트레스였어요. 빵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친환경적인 포장을 하려고 했죠. 그래서 180일이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수지, 빵주머니로 포장하기 시작했어요.


박스도 테이프 없이 조립되는 걸로 사용하고 있고요. 손님들이 가져다주시는 뽁뽁이를 재사용하기도 해요. 빵을 오픈 형식으로 진열하는 게 조금 신경 쓰이긴 하지만 고수하려고 해요. 포장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으니까요.


Q.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쓰레기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불구하고 '용기내요 무포장가게'에 동참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A. 알맹상점 대표님이 늘 빵을 담을 주머니를 가지고 방문하세요. 이걸 보고 배웠어요. 용기를 내야 한다는 걸요. '당신의 용기를 환영합니다', '용기내요 무포장가게' 문구가 적힌 스티커, 포스터 등을 가게에 비치하니 손님들이 점점 용기를 가져오시더라고요. 저도 누군가에 의해 변했듯, 고객분들 또한 저희를 통해 변화하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로워요.


Q. 포포브레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앞으로도 이렇게 가족, 지인들이 실망하지 않을 빵을 나누고 싶어요. 또 마음이 아프지만 저희 빵만 드셔야 하는 손님들이 계셔요. 이런 분들을 위해 좋은 빵을 계속해서 만드려고 해요. 포포브레드의 행보 자체가 선한 영향을 줄 수 있길 원해요.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김은지 기자 hhh5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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