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색상 바

[주간공방] 오래된 가방,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것으로! 마카쥬 공방 '공방101'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 작업.

김보미 기자 2020.07.24

김보미 기자

2020.07.24
 오래된 가방,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것으로! 마카쥬 공방 '공방101'

[라이킷 김보미 인턴기자]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MBC '나 혼자 산다'를 보게 된 에디터. 오래된 가방에 그림을 그리는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를 보며 '저건 어떤 작업일까?' 하고 궁금해졌어요. 평범한 신발과 가방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아이템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처럼 '마카쥬' 작업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으셨던 분들을 위해, 오늘 <주간공방>에서는 서초구에 위치한 마카쥬 전문 공방, '공방101'을 소개해 드립니다.


마카쥬 작업 모습. 마카쥬 작업 모습.


Q. 공방지기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및 공방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공방101'의 공방지기입니다. 저희 공방은 가죽, 패브릭등에 그림을 그리는 '마카쥬'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곳입니다. 수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고, 마카쥬 제작 의뢰도 받고 있어요.


Q.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마카쥬 작업이 소개되기도 했지요. 아직 마카쥬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 분야에 대해 좀더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마카쥬는 불어로 '표식'이라는 뜻이에요. 19세기 유럽에서 귀족들이 여행 가방 또는 목재에 가문의 문장을 그렸던 것에서 시작됐죠. 이 기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건 프랑스 브랜드 '고야드'고요. 고야드 로고와 Y 모양을 제품에 핸드페인팅으로 그리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3~4년 전부터 마카쥬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전문 공방도 생겼답니다. 일반적으로 가방, 지갑, 옷,신발 등의 가죽, 패브릭 제품들에 핸드페인팅을 하고 있어요.


Q. 마카쥬 작업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우선 무엇을 그릴지 도안을 선정하고, 도안을 프린트해서 칼로 오려냅니다. 그림을 그릴 물건 위에 위치를 정해 종이를 고정시킨 뒤 1차 스케치를 해요. 그리고 가죽 전용 아크릴 물감의 화이트 컬러를 여러 겹 바릅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이 과정은 도화지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흰색으로 도화지 작업을 끝냈으면, 2차 스케치 준비를 합니다. 1차로 잘라낸 도안을 컬러별로 잘라내 흰색 위에 스케치를 하는 거죠. 그런 뒤에 본격적인 컬러링 작업을 시작해요. 칠하고 말리고, 칠하고 말리고의 반복입니다. 해당 컬러가 균일하고 완벽하게 발색이 될 때까지 반복해 줍니다. 한 번에 진하게 물감을 얹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아크릴 물감의 특성상 다 마른 뒤에 물감이 갈라지거나 뜯어질 수 있어요.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얇게 여러 겹 발라 주는 것이고요. 그런 다음에 세필붓으로 외곽선을 그려 줍니다. 여기까지 하면 일단 그림은 완성이 된 거예요.

마지막으로 하는 작업은 피니셔를 바르는 거예요. 코팅 효과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피니셔는 완성된 그림에 약간의 광택과 방수 기능을 더해주고, 물감이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발라 주어야 해요.


공방에서 만들어진 작업물들. 공방에서 만들어진 작업물들.


Q. 어떤 계기로 마카쥬 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대학 학부 시절 미술 전공을 했지만, 미술과는 큰 관련이 없는 일을 오래 했어요.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우게 되었고요. 아이들을 어느정도 키우고 제 시간이 좀 나기 시작하면서 취미로 마카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제까지 했던 그림 그리는 작업과는 다르더라고요. 오랜만에 무언가에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어 즐거웠고, 결과물이 예쁘고 실용적이어서 좋았어요.

아이들을 키우며 다시 사회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카쥬가 저에게 너무 잘 맞고, 또 재미있어서 '이걸 일로써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수업도 하고, 또 의뢰도 받고요. 그래서 공방을 오픈하게 된 거예요.


Q. 마카쥬에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실용적이라는 것, 그리고 나만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죠. 기성품으로는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원 앤 온리(One and Only), 커스터마이징의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또, 작업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잡념이 사라지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요. 현대인들은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잖아요. 마카쥬 작업을 하다 보면 그런 스트레스와 잡념을 떨쳐낼 수 있어요.


Q. 작업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에르메스 가방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를 그렸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의뢰해 주신 분께서 직접 본인의 카드를 보여 주셨고, 저는 그 카드를 가방 위에 그대로 그렸죠. 자신의 신용카드를 가방에 새긴다는 것도 특이했고, 또 작업 난이도도 굉장히 높았어요. 가방 자체도 고가라 솔직히 부담을 느끼며 작업해야 했고요.

가죽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에 똑같은 도안을 그려도 가방마다 난이도가 달라지는데, 에르메스 가방의 토고가죽은 작업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재질이에요. 사이즈도 커서 시간도 꽤 걸렸습니다. 어려운 작업이었던만큼 완성했을 때 성취감이 컸고, 의뢰인께서도 만족하셔서 보람이 있었죠.


공방에서 운영하는 클래스 수강생의 작품. 공방에서 운영하는 클래스 수강생의 작품.


Q. 디자인이나 컬러 등은 어떻게 정하시나요?

의뢰하는 분들이나, 수강생 분들이 원하는 것에 최대한 맞춥니다. 모든 사람들이 취향이 제각각인데, 그것을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만 이끌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해당 디자인이나 컬러가 명확하게 구현이 될 수 있는지, 또는 수강생 분들이 시도해 볼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작업 들어가기 전 최대한 자세히 설명을 드립니다. 자격증 반 같은 경우에는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으니 그대로 운영하지만, 취미로 마카쥬를 즐기시는 분들은 원하시는 것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에요.


Q. 공방지기님만의 작업 철칙이 있나요?

마카쥬 특성상 고가의 의뢰비를 받고 작업해드리고 있고, 수업 역시 소규모로 장시간 진행하기 때문에 작업물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요. 제가 세워 놓은 기준만큼의 완성도는 나와야 하는 거죠. 수업을 할 때에도, 마무리 단계에서는 반드시 제가 한 번씩 수강생 분들의 작업물을 최대한 꼼꼼히 손봐드리는 편이에요.


Q. 요즘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몇 가지 작업을 진행중인데, 그 중 현재 집중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건 영국의 예술가 '뱅크시'의 벽화 작품을 유행이 지난 가방 위에 그리는 것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예술가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벌써부터 완성작이 기다려지는 것 중 하나예요.


Q. 마카쥬는 굉장히 꼼꼼하고 세밀한 작업을 요하는 것 같아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혹시 아이들도 마카쥬 작업이 가능할까요?

마카쥬의 전 과정을 꼼꼼히 설명해주고 도와주면 아이들도 충분히 해볼 수 있어요. 어른들만큼 물감을 깔끔하고 꼼꼼하게 칠할 수는 없겠지만요. 좀 삐뚤빼뚤하겠지만, 아이들이 만든 건 그 자체로 예쁘더라고요.


(좌) 공방 내부 모습. (우) 마카쥬 수업 모습. (좌) 공방 내부 모습. (우) 마카쥬 수업 모습.


Q. 공방에서는 어떤 클래스를 진행하고 계신가요?

원데이 클래스, 정규 취미 클래스, 창업 자격증 반이 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는 정규 클래스로 여러 번 작업을 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마카쥬를 한 번 해 보고는 싶은 분들께 좋아요. 맛보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규 취미반은 3시간씩 4회 수업을 통해 작업을 완성하는 거예요. 원데이 클래스보다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도안 선택의 폭이 넓고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해요. 원데이 클래스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은 작업물을 만들어낼 수 있죠. 창업 자격증 반은 마카쥬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커리큘럼에 따라 운영되는데, 단순히 기술만을 가르쳐 드리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수업 진행, 의뢰 작업, 홍보나 마케팅 등의 팁과 노하우를 공유해요. 제가 공방을 운영하며 쌓았던 경험들을 공유해 드리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리고 한국 마카쥬 협회 정회원으로 등록하여 협회에서 진행하는 것들을 공유하실 수 있어요.


Q. 클래스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나요?

사실 정말 많아요. 클래스를 운영하다 보면, 20대부터 60대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과 만나게 되거든요.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었어요. 연세가 있으신 편인데 공방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혼자서 작업을 하실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셨어요. 사업을 하시는 분이셨는데 바쁜 일정을 쪼개 짧은 시간이라도 공방에 오셔서 작업을 하셨었죠. 배트맨, 심슨 등 난이도가 꽤 있는 작업을 완성도 있게 해내셨어요. 아무래도 수강생들의 연령대와 성별이 주로 20~40대 여성분들이 대부분이라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죽 제품 위에 마카쥬 작업을 한 모습. 가죽 제품 위에 마카쥬 작업을 한 모습.


Q. 작업을 하기 전, 꼭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단순히 '내 가방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마카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는 작업이 즐겁지가 않아요. 오히려 긴 시간이 지루하고 괴롭게 느껴지죠. 충분한 시간과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Q.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던져놓는 편이에요(웃음). 힘들 때에는 잠깐 쉬어요. 미루는 거죠. 사실 저도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일단 좀 텀을 둡니다. 그 작업을 조금 쉬다가, 다시 돌아가면 또 즐겁게 하게 되더라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가죽 소품제작을 계획하고 있어요. 마카쥬도 할 수 있고, 그 자체로도 장식품이 되는 것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사용하고 있는 물건에 마카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수강생들께서 마카쥬를 할 가죽 소품을 원하시는 경우가 많아 고민을 하게 됐어요. 현재 제조업체를 통해 상품화를 진행중이랍니다.



김보미 인턴기자 jany6993@asiae.co.kr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