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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공방] 그릇에 꽃을 피우는 곳, '그릇공방 플로썸'

"세상이 돌아가는 빠른 속도와 공예의 속도는 조금 달라요.
그 시간들을 차분히 즐겨야 해요."

김보미 기자 2020.07.10

김보미 기자

2020.07.10
 그릇에 꽃을 피우는 곳, '그릇공방 플로썸'

[라이킷 김보미 인턴기자]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연남동 골목을 걷다 보면 작고 귀여운 가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요. 보물상자처럼 숨겨진 아기자기한 소품샵과 카페, 음식점들이 눈길을 끌죠.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경의선 숲길에서 한 블럭만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조용하고 한적한 골목이 반겨 줍니다. 늘 빠르게만 흐르던 시간도 달리는 법을 잊은 것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곳! 그곳에, 자연을 담은 작품이 빼꼼 보이는 조그만 그릇공방이 있어요.


이번 주 <주간공방>에서는, 연남동의 도예공방 '그릇공방 플로썸'을 소개합니다.


'그릇공방 플로썸'의 내부 모습과 작품들. '그릇공방 플로썸'의 내부 모습과 작품들.


Q. 공방지기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및 공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릇공방 플로썸'을 운영하고 있는 도예가 임혜진입니다.

'플레이트'와 '블로썸'의 결합어인 '플로썸'이라는 단어는 '그릇에 꽃을 피우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작품을 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과 저에게 영감을 주는 자연적인 요소가 모두 담긴 단어라고 생각해, 공방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Q. '그릇공방 플로썸'과 '바다크래프트'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수강생분들과 수업을 하는 공간은 '그릇공방 플로썸'이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브랜드는 '바다크래프트'예요. 이 두 공간에서는 주로 실용적인 예술품을 만듭니다. 특히 '바다크래프트'에서는 제주, 자연, 바다, 숲, 꽃 등의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표현하는 작업을 해요.


Q. 도예 대학원까지 졸업을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도예의 매력에 눈을 뜨셨나요?

사실 제가 가고 싶었던 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20대 초반까지는 조금 힘들었어요. 그때 당시에 진로에 대한 고민 등 여러가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20대 중반부터 흙 작업의 매력을 서서히 느끼게 되었어요. 흙 작업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좋거든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점점 더 다양한 재료를 만져 보고, 접해 보았죠. 자연물을 만지며 정신적으로 치유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도예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고, 점점 도예가 제 전부가 되었죠.

또, 흙이라는 재료가 시대성이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더라고요. 쉽게 설명해 보자면, 조선시대의 흙과 현대의 흙, 미래의 흙은 성분이 모두 달라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만지는 이 흙은 현대에만 만나볼 수 있는 거죠.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재료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에요. 그런 흙으로 만든 작품에도 한 시대를 나타내는 시대성이 담겨 있고요.


자연의 모습이 담긴 '바다크래프트'의 파도 머그. 자연의 모습이 담긴 '바다크래프트'의 파도 머그.


Q. 여러 작업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대학원생이었을 때에는 지금처럼 실용적인 공예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실용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만의 색감을 찾아야 했어요.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다가, 손잡이 모양이 파도 모양인 머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너무 단순하지도 않고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작품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느낌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공방지기님의 작품 속에는 바다, 숲, 꽃, 낙조 등 자연의 요소가 녹아 있어요. 방금 말씀하셨던 '파도 머그'도 그렇고요. 자연에서 영감을 얻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고향이 제주도인데,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학교를 다녔어요.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언제나 저에게 정신적인 치유를 주는 것은 고향인 제주도였어요. 잠시 쉬며 바다와 산을 보고, 그리고 또 힘을 내 보고… 그런 시간들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진을 찍는 분들이 그런 장면들을 사진에 남기듯, 저 역시 저를 치유해 주는 제주도의 자연을 도예 작품에 담아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자연에게서 얻는 그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휴식과 치유의 기분을 나누고 싶었죠.


Q. 작업할 때, 반드시 지키는 작업 철칙이 있나요?

시장에서 인기가 많고, 수요가 많은 재료라고 할지라도 건강에 좋지 않은 재료는 사용하지 않아요. 실생활에서 사용해야 하는 실용기니까요. 또 너무 유행이나 트렌드를 좇지 않으려고 합니다.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담는 편이죠.


Q. 간혹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보통은 그냥 작업을 계속 해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머릿속이 정말 꽉 막힌 것 같은 상태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요.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마인드맵을 해 보거나, 연상되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해 보죠. 그럼 조금이나마 해소가 돼요. 멈추지 않고 부딪혀야 막히는 부분이 해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도예 작업 모습. 도예 작업 모습.


Q. 도예 클래스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방문해 주시나요?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방문해 주세요. 사회생활이 너무 힘들고 바빠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분들도 오시고요, 다른 재료로 작업을 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 분들도 방문해 주세요. 아무래도 정규 커리큘럼이 있는 공방이다 보니, 흙의 A to Z를 느끼고 싶은 아티스트 분들이 찾아 주시는 편이죠. 또 카페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이나 바리스타 분들도 오신답니다. 직접 만든 그릇에 플레이팅을 하시는 거죠. 미술을 공부하는 대학생 분들도 종종 방문해 주시고요.


Q. 어떤 과정으로 클래스가 진행되나요?

기초 커리큘럼은 1년 과정이 준비가 되어 있어요. 처음 두 달 간은 테이블 위에서 손으로 '핸드빌딩' 작업을 해요. 물론 유약 바르기나 색칠도 직접 하고요. 판성형 기법을 이용해 도마와 접시 등을 만들고, 흙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어 돌돌 쌓는 코일링 기법으로 액세서리 트레이도 만듭니다. 모두 도예에 대한 형태적 이해를 돕는 과정이에요. 3개월차부터는 전기 물레로 작업을 하기도 해요. 그 다음엔 난이도가 있는 흙인 백자토를 응용하는 등, 좀 더 심화적인 부분으로 들어갑니다. 각자의 개성을 펼칠 수 있도록 형태나 크기의 제한을 두지는 않는 편이에요.


공방에서 제작된 캐릭터 접시. 공방에서 제작된 캐릭터 접시.


Q. 클래스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가 있어요. 우선 첫 번째는 도자기라는 작품이 창작자에 의해 긴 시간 공들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공이 들어가는데, 간혹 처음 찾아오시는 분들은 모르시기도 하거든요. 작가님들이 만든 도예 작품을 만났을 때, 노동과 창작의 과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래서 클래스는 제가 옆에서 작업을 도와드리기보다는 수강생 분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손으로 해 보도록 하는 스타일로 진행이 돼요.

두 번째는, 흙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실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제가 느꼈던 소중한 집중의 시간을 수강생 분들도 느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클래스를 기획해요.


Q. 클래스를 운영하며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수강생 분들께 '이 흙이 너무 좋아서, 밤새 작품을 찾아봤어요!'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감동을 받아요. '내가 열심히 잘 알려드렸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낀답니다. 공방을 오래 방문해 주신 분들이 서로의 작업을 칭찬해 주실 때에도 참 즐겁죠. 플리마켓 등 공방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말씀해 주실 때에도 행복하고요.


제주 해변의 낙조 풍경을 담은 작품. 제주 해변의 낙조 풍경을 담은 작품.


Q. 공예를 시작하기 전,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공예 작품은 절대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아요. 첫 작품은 완성도가 높지도 않고요.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빠른 속도와 공예의 속도는 조금 달라요. 재료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 등 작은 것부터 배워나가야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어요. 그런 공예의 속도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 시간들을 차분히 즐겨야 해요. 당장 자신의 작품이 투박하거나 실용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도예 분야로 진로를 설정하신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이 분야를 해 보니, 도예는 경쟁이 조금 치열한 편이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친구들을 종종 봤어요.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쓰기보다는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하지만 너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지는 마세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Q. 2020년이 지나기 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3년간 공방에서 수업을 해 보니, 공방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것 같아요. 이제 저의 개인적인 브랜드인 '바다크래프트' 작업도 열심히 해 보고 싶어요. 직접 만든 작품에 음식 플레이팅도 해 보고 싶고요. 작품이 시급해요. 적극적으로 작업을 해서, 수강생 분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은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네요(웃음).


사진=그릇공방 플로썸



김보미 인턴기자 jany69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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