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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책방] 좋아하는 것, 여기에 마음껏 담을래- '엠프티폴더스'

마음이 가는 것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빈 폴더' 같은 공간.

김보미 기자 2020.07.03

김보미 기자

2020.07.03
 좋아하는 것, 여기에 마음껏 담을래- '엠프티폴더스'

[라이킷 김보미 인턴기자] 어렸을 때, 작은 자물쇠를 달 수 있는 틴 케이스 박스를 선물받은 적이 있어요. 무엇이든 가득 담을 수 있는 텅 빈 박스였죠. 박스에 무엇을 담을까 한참 고민하다, 아끼던 비즈 인형과 귀여운 수첩, 작은 색연필 등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채워 넣었던 기억이 나요. 저만의 작은 보물상자였지요.

저의 틴 케이스 박스처럼,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공간이 있어요. 관악구에 있는 작은 책방, '엠프티폴더스'입니다. '엠프티폴더스'의 책방지기님은, '빈 폴더'를 무엇으로 가득 채워 두었을까요? 이번 주 <주간책방>에서는 '엠프티폴더스'의 취향을 들여다봅니다.


책방 '엠프티폴더스'의 내부 사진. 책방 '엠프티폴더스'의 내부 사진.


Q. 책방지기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및 서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관악구 행운동에 '엠프티폴더스'라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소정입니다. 큐레이션 서점을 지향하며, 독립출판물 등 다양한 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월간서가'라는 북 큐레이션을 진행하고 있고, 여러 워크숍들도 기획 및 진행합니다.


Q. 책방 이름이 '빈 폴더' 라는 뜻이네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책방을 열겠다고 다짐한 뒤, 어떤 것을 소개할지, 콘셉트는 어떻게 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좋아하는 것을 모아두는 장소 같은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저는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쭉 적어 두거나, 빈 노트에 어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걸 좋아하거든요. 마음이 가는 것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빈 폴더'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름을 '엠프티폴더스'로 짓게 되었어요.


Q. 이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6년 정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퇴직금으로 책방을 차렸고요. 회사에서는 작가님들을 섭외하거나 출판사와 독자와의 만남을 주관하는 등 '책'이라는 분야와 긴밀하게 관련된 일을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으로 이 공간을 채우게 된 것 같아요.


Q. 책방지기님의 책 취향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엠프티폴더스에서는 어떤 책을 만나볼 수 있는지 궁금해요.

어떤 책을 들여놓을지 고민하다 제 책장을 살펴봤어요. 저는 오히려 인문학 쪽 책보다는 아카이브 북, 컬렉션 북 같은 책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문학보단 실용서에 가까운 비문학 작품들에 더 마음이 이끌리는 편이죠.

저희 책방의 콘셉트 자체가 무엇인가를 모아 두는 '폴더'이다 보니, 하나의 사물에 대해 다루는 매거진이나,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펴낸 모음집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요. 독립출판만 모아 두는 컬렉션 도감 같은 것들이요.


Q. 인터뷰를 읽을 독자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도시 아카이브 매거진 '어반라이크'에서 종이 애호가를 위한 안내서 '아이 러브 페이퍼'를 펴냈어요. 종이 책, 출판, 서점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가득 담겨 있는 책이에요. 종이, 그리고 종이책에 대한 매거진이 오랜만에 나온 것 같아 추천해 보고 싶습니다. 동네책방이나 독립출판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니까, 꼭 읽어 보세요!


엠프티폴더스의 '월간서가'. 6월의 주제는 '온점' 이었어요. 엠프티폴더스의 '월간서가'. 6월의 주제는 '온점' 이었어요.


Q. 엠프티폴더스만의 매력 포인트, '월간서가'. 어떻게 이런 큐레이션을 기획하게 되셨는지 알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만으로 이 공간을 채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그러다 문득 '매달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를 정해 두고, 그 주제에 대해 책으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책방을 열기 전 일본 도쿄의 '덴로인 서점'을 소개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방은 공간 자체를 하나의 매거진처럼 운영하고 있었어요. 입구에 들어서면 잡지의 한 호처럼 목차가 있고, 매번 테마를 정해 책방의 주제를 바꾸는 거죠. ''덴로인 서점'처럼 책방 전체를 월간지처럼 운영하기는 어려우니, 서가 하나부터 시작해 보자!' 라는 다짐으로 ‘월간서가’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Q. '월간서가'의 첫 주제가 '방점' 이었어요. 첫 주제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셨나요?

5월에 책방 문을 열고, 가오픈 기간을 보내다 6월부터 '월간서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동네 책방에 대한 책, 젊은 청년들이 낸 공간에 대한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방점'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뜻이 있어요. '주의를 끌기 위해 글자 곁에 찍는 점'이란 뜻도 있고, '동네 가게'라는 뜻도 가지고 있죠. 그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아서, 동네 가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들을 소개했습니다.


Q. 매달 큐레이팅 주제가 달라지는데, 주제 선택 기준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열 여덟 번의 월간서가를 펴냈어요. 재작년 6월부터 작년 6월까지가 첫 번째 시즌, 올해 1월부터 펴내고 있는 월간서가가 두 번째 시즌이죠. 첫 번째 시즌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주제로 큐레이션을 했어요. 여름 영화, 아이돌, 요괴 같은 것들이요.

6개월을 쉬고, 다시 '월간서가'를 펴내는 지금은 '요즘 사람들은 어떤 것을 읽고 싶어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편이에요.


Q. 벌써 7월이네요. 7월 '월간서가'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6월 말부터 '어째서 2020년이 반 넘게 지나갔지?', '시간이 어디로 가버렸지?' 같은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계절이나 오전, 오후, 낮, 밤, 새벽처럼 매일 돌아오는 시간들을 작가들은 어떻게 문장에 녹였을까 궁금해졌어요. 7월에는 그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시간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아 볼 예정이랍니다!


엠프티폴더스의 '후후 프로젝트' 포스터. 엠프티폴더스의 '후후 프로젝트' 포스터.


Q. 엠프티폴더스에서는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워크숍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나요?

책방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함께 문집을 만들고, 전시를 하는 등의 프로그램들을 많이 운영했어요. 직접 수업을 만들어 보는 수업을 기획하기도 했고요.

그 중에서도 색연필 드로잉 수업과 '후후 프로젝트'가 특히 인기가 좋았어요. 드로잉 수업에서는 5주동안 함께 그린 작품을 전시하고, 직접 자신의 그림을 굿즈로 만들어 판매했어요. 수강생 분들에게는 정말 특별한 기회가 됐죠. '후후 프로젝트'는 책을 만들고, 각자 수업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저도 정말 재미있게 참여했던 기억이 나요.


Q. '후후 프로젝트'는 책방지기님께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모두의 첫 책'이라는 이름의 독립출판 기획 수업과 '너와 나의 첫 수업'이라는 교육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만나 소통했던 활동이었죠. 수강생들이 책을 직접 펴내 보고, 7주동안 고민해서 기획한 수업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진행해보는 시간이었어요. 책방을 열기 전에 제가 해왔던 일들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의미있었던 것 같아요.


Q. 엠프티폴더스 SNS에서, 북 페어나 북 페스티벌 등에 참가하신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찾아볼 수 있었어요. '엠프티폴더스'를 사랑하는 '엠폴러'와의 따스한 만남 현장이 담긴 사진이 정말 많더라고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원래 북페어에 놀러 가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책방을 차리고 나니까, 책방을 지켜야 하니 관악구를 벗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행사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는 편이에요. 책방에서 만든 책을 판매하지는 않고, 참석할 때마다 주제별로 큐레이션을 준비해요. 작가님들께 연락을 해서 참여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외부 강의나 강연, 외부 큐레이션 등을 진행하기도 해요. 그러면 더 많은 분들에게 엠프티폴더스를 알릴 수 있으니 좋죠.


엠프티폴더스의 서가. 엠프티폴더스의 서가.


Q. 책방을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마음의 여유를 챙기기 위해 항상 노력해요. 작가님과 수강생 분들이 어떤 제안을 저에게 주셨을 때,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선뜻 공간과 시간을 내어 뭔가를 할 수가 없어요. 평화롭고 여유롭게 책방을 운영하고 싶어서, 그 부분에 항상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Q. 책방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희 책방 근처에, 거의 1분 거리마다 동네책방들이 있어요. 책방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져 함께 북페어를 열기도 했죠. 만우절에는 랜덤으로 제비를 뽑아 다른 책방을 운영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어요. 저는 '살롱드북'에서 먹어보지도 못했던 칵테일을 만들었죠.


책방 '엠프티폴더스'의 모습. 책방 '엠프티폴더스'의 모습.


Q. 6월 2일에 엠프티폴더스가 두 번째 생일을 맞이했어요. 2년간 책방을 운영할 수 있었던 책방지기님만의 노하우를 살짝 알려 주세요!

다양한 분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거예요. 저는 책방을 저 혼자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독립출판물 작가님들, 책방 사장님들, 그리고 책방을 방문해 주시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재미있는 것들을 기획하죠. 그런 시간들이 이 책방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Q. 어떤 책방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책방을 찾아 주시는 분들께는 행운동에 있는 정겨운 작은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굉장히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동네에서 오며가며 부담없이 들릴 수 있는 그런 곳.

반대로 작가님께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첫 책이 많이 팔리는 책방으로 기억되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사진=엠프티폴더스



김보미 인턴기자 jany69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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