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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책방] 서대문의 고즈넉한 한옥 책방,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고요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공간.

김보미 기자 2020.06.05

김보미 기자

2020.06.05
 서대문의 고즈넉한 한옥 책방,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라이킷 김보미 인턴기자] 여러분은 마음이 복잡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편이에요. 조용한 책방을 찾거나, 전시를 보는 등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곤 하죠.

이번 주 '주간책방' 에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책방을 소개해 드리려 해요. 고요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랍니다. 서대문구의 고즈넉한 한옥 책방,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책방지기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지붕이 매우 인상적인, 책방 외부 모습. 사진=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지붕이 매우 인상적인, 책방 외부 모습. 사진=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Q. 책방지기님 안녕하세요! 책방 소개 및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책방지기 박현여입니다. 저는 은행 전산실에서 19년 근무하고 몇 해 전 퇴직했습니다. 평소 회사원이 아닌 다른 삶이 궁금해서 책을 읽었고, 회사 밖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의 다양한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삶의 여러 모습을 경험하고, 편견을 깨고 다양하게 생각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책방을 열었습니다.

퇴직 후 여러가지를 생각 해 보았는데, 제가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도 책이 있는 공간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았어요. 평소 지방으로 여행을 가도 지역의 동네책방 한두개는 꼭 찾아다닐 만큼 동네책방에 관심이 많이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방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책방에서 책 이야기가 도란도란 이어지는 상상,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만나고 독자들과 작가들을 연결시키는 공간을 생각하며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Q. 한옥에 책방을 열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책방을 꼭 한옥에 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저나 남편이나 한옥을 좋아해서 문화재나 한옥 카페등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던 중 마침 서울의 100년 넘은 교회 뒤의 이 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계약을 한 후, 이렇게 멋진 책방으로 꾸미게 되었죠. 여기에서는 교회 마당의 오래 된 흰 목련이 보이는데, 꽃이 활짝 핀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담장 너머 보이던 오래 된 교회의 붉은 벽돌도 애틋하더라고요.


한옥만의 멋스러움을 그대로 살린, 책방의 내부 모습. 사진=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한옥만의 멋스러움을 그대로 살린, 책방의 내부 모습. 사진=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Q. 그렇군요. 한옥 특유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책방의 구조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공간 구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이 집은 수리 전에는 2개의 별도 공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방 2개, 마루, 부엌이 한 채, 현재의 부엌쪽이 별채였죠. 이렇게 되어 있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다락 아래가 본래 부엌이었으나 좁기도 하고, 손님이 오실 때 처음 맞이하기 위하여 부엌을 현관쪽으로 변경했습니다. 마당에서는 마루로 올라가게끔 되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지금처럼 머름을 두고 창과 툇마루로 변경했습니다.


Q. 어떤 분들이 책방을 자주 방문하는 편인가요?

남편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보니,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주셔요. 그리고 동네의 책 좋아하는 분들이 없는 책들을 주문하시며 방문해 주십니다.


Q. 책방 이름인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직접 펴내신 책 이름이라고 들었습니다. 왜 책방 이름을 이 책의 제목으로 지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그리다' 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림을 그린다, 혹은 현재 없는 것을 그리워한다는 뜻이죠. 이 책에는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며 그린 서울의 풍경 구석구석이 담겨 있어요. 사라지거나 달라진 서울의 풍경을 그리워하며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작가가 함께 하는 책방이고, 이곳이 서울의 골목 풍경이 있는 동네임을 감안하여 책 이름과 동일하게 서점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책방 내부 모습. 사진=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책방 내부 모습. 사진=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Q. 에세이부터 일러스트 도서, 그림책까지 매우 다양한 책이 있는 것 같아요. 북 큐레이팅을 어떻게 진행하시는 건가요?

소설과 에세이 등은 책방지기가, 일러스트 도서나 그림책은 주로 이 작가가 고릅니다. 대부분 읽어보거나 읽고 싶은 책들 위주로 큐레이팅하는 편이에요. 오프라인 서점임을 감안하여 에세이나 그림책은 신간도 자주 들여오려고 노력합니다.


Q. 이 책방에 있는 책들 중에서 인터뷰를 읽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섬에 있는 서점>과 <내 아버지의 집>입니다. 최근 독서 모임의 주제가 되었던 책이기에 추천하고 싶어요.

<섬에 있는 서점>은 퇴직 후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 없지.' 라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책방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꿈꾸게 되었던 책입니다.

보통 독서모임은 문학이나 사회 분야 서적으로 하는데, <내 아버지의 집>의 책은 그래픽 노블이에요. 이 책은 남편이 읽고 좋다고 추천해준 책이에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겨진 집을 놓고 아버지를 추억하며 이야기하는 책인데, 가족과 부모님에 대한 부분에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그래픽노블 장르를 처음 접한 분들도 계셔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대부분 좋아하시고, 단순히 만화책으로만 여겼던 분야를 접하게 되어 신선했다고 하셨어요.


Q. 책방에서 여러 프로그램들을 함께 운영하고 계신 것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매주 오전 글쓰기 모임과 온·오프라인을 겸하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모임은 지도나 강평없이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이 모여서 각자의 주제로 글쓰고 낭독하는 시간입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분들은 필사를 하거나 떠오르는 메모를 적어서 읽어주시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한시간 반 정도 책방을 작업실처럼 자유롭게 사용하며 마지막에는 함께 모여 글을 낭독하는 시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독서모임은 제가 정해드리는 책을 읽으신 뒤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온라인의 경우 밴드에 리뷰를 작성해 올리는 방식으로, 오프라인의 경우 신청하신 분들에 한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밴드에 리뷰를 올리는 모임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말이 아닌 글의 형식으로 진행하니 정리가 된다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참 좋았어요. 하지만 오프라인 모임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이장희 작가님께서 직접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시는데,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서울 이야기와 그림 이야기로 구성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서울이지만, 그곳에 앉아서 그림을 그려보면··· 외형 뿐 아니라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 나무들의 흔들리는 모습 등 평소 보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잠시 멈춰서 바라보면 시간의 흐름을 느껴 볼 수 있죠. 많은 분들이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책방의 모습. 사진=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매력적인 책방의 모습. 사진=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Q. 책방지기님만의 책방 운영 철칙이 있나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베스트셀러 위주보다는 저희가 소신껏 고르는 책을 곁에 두고자 합니다. 혹시 판매되지 않더라도, 언제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들 위주로 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Q. 책방지기님이 생각하시는 독립책방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책방을 직접 운영하는 사장님을 만날 수 있고, 그 분들과 직접 이야기도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 볼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또 요즘 독립책방은 개성이나 취향이 드러나는 곳이 많아 다양한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Q. 2020년,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방의 시작과 함께 마당 한 켠에 심었던 자주목련이 올해는 꽃 4송이를 피웠는데요, 내년에는 8송이,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자주목련이 될 수 있도록 잘 키워보려고 합니다. 더불어 이 지역이 도시재생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 아닌 보존과 환경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저희 책방도 이 지역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Q. 어떤 책방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책방에 머물다 가시는 분 중에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참 신기한 곳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시내와 멀지 않은 곳에서 책과 함께, '나'에게 집중하며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김보미 인턴기자 jany69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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