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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책방]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놀이터, 가가77페이지

개인적인 취향으로 채워진 상수역의 작은 책방.

김보미 기자 2020.04.24

김보미 기자

2020.04.24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놀이터, 가가77페이지

[라이킷 김보미 인턴기자] 독립책방은 책만 읽는 곳이라는 생각은 그만. 책, 공연, 전시, 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한 책방이 여기 있습니다. 빨간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아늑한 분위기와 살가운 웃음소리가 방문하는 이를 따뜻하게 반겨 줍니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120% 반영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 <가가77페이지>를 소개합니다.


책방 내부 모습. 사진=가가77페이지 책방 내부 모습. 사진=가가77페이지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및 서점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3년 6개월째 '가가77페이지'를 운영중인 이상명입니다. 화가 이보람 작가, 그리고 여러 권의 책을 쓴 오종길 작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책방에서는 독립 출판물과 기성 출판물을 모두 다루고 있지만, 독립 출판물을 더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홍대, 상수와 합정 사이에 위치한, 독립 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보통의 책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서점 이름이 매우 특이한 것 같아요. 어떤 뜻인가요?

A. '가가77페이지'의 '가가'는 거짓 가(假)와 집 가(家)를 씁니다. '가게'라는 단어의 어원이지요. '77'은 한 번에 읽기 좋은 책의 분량을 뜻하면서, 동시에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에 적당한 페이지 수를 의미합니다.


Q. 어떤 계기로 독립서점을 열게 되셨나요?

A. 책방을 열기 전, 여러가지 일들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일을 쉬게 되었는데, 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커피를 내리는 곳을 만들고 싶다'라는 로망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슴 속 한 켠에 묻어 두었던 그 로망을 꺼내, 제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죠. 이곳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자는 저의 모토가 반영되어 있어요.


Q. 홍대, 상수, 합정이라니. 굉장히 핫한 공간인데, 이곳에 책방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에서 이곳에 터를 잡게 되었습니다. 지방에서 생활하다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서울에 오기 전부터 서울을 생각하면 홍대 쪽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책방도 홍대 쪽에 열게 된 거죠. 사실 임대료가 조금 비싸긴 했지만요.


책방 내부 모습. 사진=가가77페이지 책방 내부 모습. 사진=가가77페이지

Q. 이 서점에는 주로 어떤 책들이 입고되어 있나요?

A. '가가77페이지'에 있는 책의 70%는 독립 출판물입니다. 나머지 30%는 기성 출판물이죠.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입고되어 있어요. 주로 문학 위주이긴 하지만, 실용서나 에세이, 해리포터 등 판타지 장르와 관련된 책도 있습니다.

저희 책방에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는 없어요. 책방을 방문하셨더라도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었던 책이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찾아냈다면, 그 분은 저희 책방과 결이 맞닿아 있는 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Q. 그렇군요. 어떤 기준으로 책을 큐레이팅 하시나요?

A. 개인 취향에 기댄 책들이 많아요. 제가 읽고 싶어 들여온 책도 많답니다. 그때그때 꽂히는 작가님들의 책이나, 일러스트가 너무 예뻐서 가지고 싶었던 책들을 큐레이션 하기도 합니다. 같이 일하고 있는 작가들의 취향도 반영되어 있고, 책방을 자주 찾는 손님들이 요청해 주신 책도 있어요.


Q. 책방을 찾아와 주신 분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책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책방과 직접적으로 매치가 되다보니, 저희 책방에서 자체적으로 낸 책들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다른 독립 출판물들도 정말 많이 사랑해 주신답니다.


Q. 이 책방에 있는 책 가운데, 책방지기님께서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A. 일곱 작가들의 글을 모은 '무너짐'을 읽었습니다. 마음이 무너진 경험을 나누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는 책이죠.


Q. 책방지기님께 책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에게 책은 '삶의 일부'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 부모님으로부터 넉넉하게 용돈을 받아 생활했던 기억이 없어요. 하지만 책만큼은 원하는 것을 모두 읽을 수 있도록 해 주셨죠. 그 덕에 저는 여러 책들을 읽으며 자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저에게 책이란 '싫어하지 않는 것' 이었는데, 생활의 일부가 되다 보니 어느덧 '좋아하는 것'이 되었어요.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사진=가가77페이지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사진=가가77페이지

Q. 책방에서 열리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저희 책방에서는 북토크, 콘서트,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습니다. 세어 보니, 3년간 이런 행사를 약 100회 가까이 진행했더라고요.

처음에 북토크와 콘서트 등을 기획할 때에는, 제가 읽고 흥미를 느꼈던 책의 작가님과 가까이서 듣고 싶은 음악의 가수분들을 위주로 섭외 했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시작한 거죠. 지금은 다른 분들의 취향들도 반영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요청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개인적인 것으로 출발해 보편적인 것이 되어 가는 게 요즘 추세인 것 같아요.

글쓰기 수업은 긴 글을 읽을 수 있는 소양을 더 많은 사람들이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작가분들과 협업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글을 쓴 뒤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수를 하면 책을 만들기도 하지만, 저는 책을 만드는 수업보다는 글을 쓰는 것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책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수업을 기획해 본 적은 없습니다.


Q. '페이지스(pages)'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우선 '페이지스'는 여러 사람들이 만든 '페이지(page)'를 모아 '페이지스(pages)'가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희 책방에서 펴낸 책이죠. 이것 역시, 제가 읽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재 하나와 문장 하나, 그리고 장르를 제시한 뒤 제가 작가님들께 의뢰를 하는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남겨진 것들'을 다룬 1집, '나를 채운 어떤 것' 이란 주제로 펴낸 2집, '이름, 시'에 대해 이야기한 3집을 그런 방식으로 제작했죠. 4집은 '편지'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이번에는 공개모집을 진행해 보았는데, 120여 분이나 참여해 주셨어요. 3집은 지금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는 중이랍니다.


에디터가 주문한 '오늘의 메뉴'. 이 날의 메뉴는 시금치 카레였다. 에디터가 주문한 '오늘의 메뉴'. 이 날의 메뉴는 시금치 카레였다.

Q. 인스타그램을 보면 '오늘의 메뉴' 라는 사진이 눈에 띕니다. 책방과 카페가 결합되어 있는 공간은 있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드문데, 어떤 계기로 '오늘의 메뉴'를 마련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A. 책방을 운영하며, 자주 함께 밥을 해 먹었어요. 그런데 이보람 작가와 오종길 작가, 같이 책방을 운영했던 싱어송라이터 크로크노트까지, 다들 요리를 너무 잘 하는 거예요. 이렇게 맛있는 걸 저희들만 맛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오늘의 메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메뉴'가 매일 있는 것은 아니고요, 출근하며 떠오르는 것을 요리하기 때문에 메뉴도 매일 달라져요. 이 자리를 빌려, 모두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


Q.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A. 사실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지만 그래도 말씀을 드려보자면, 책 자체에서 그렇게 큰 수입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책이 안 팔리는 편은 아니지만, 만족하는 만큼 팔리는 것도 아니거든요.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아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 행사를 열고, 음료나 음식, 굿즈를 책과 함께 판매하고 있고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책방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도, 책방 운영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좀 특이한 책을 받는다던가, 읽고 싶은 책을 들여놨는데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던가 하는 일들이 정말 즐겁습니다.

예전에 친한 친구가 책방을 방문해 저에게 '아주 큰 놀이터를 만들었구나' 라는 이야길 한 적이 있는데, 맞아요. 이 책방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죠. 그런 곳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책방 운영에 어려운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곳을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근원적인 힘이 되어 주는 것 같아요.


Q. 책방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A. 책을 많이 사가시는 분이나 자주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기억을 하는 편이고요(웃음).

저희 책방을 찾아오신 분들 중, 책을 한참 읽다가 간혹 '이것도 책이냐?'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그 손님이 다시 돌아와서 그 책을 사 가실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뭐랄까, 말로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가가77페이지의 운영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그냥, 꾸준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는 책방으로 꾸준히 남아 있고 싶어요. '나쁘지 않은' 곳이 아니라, '좋은' 책방으로.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보미 인턴기자 jany69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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