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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책방] 스페인 '덕후'가 만든 작은 스페인, '스페인 책방'

'최애는 스페인'!
스페인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곳.

김보미 기자 2020.03.27

김보미 기자

2020.03.27

[주간책방] 스페인 '덕후'가 만든 작은 스페인, '스페인 책방'

곳곳에 숨어 있는 독립책방을 방문하다 보면, 독특한 콘셉트의 책방들을 많이 만나곤 해요. 추리 소설만 취급하는 서점, 고양이와 관련된 책들과 굿즈를 취급하는 서점 등등! 운영자의 관심사에 따라 책방의 책, 굿즈, 인테리어 등이 달라져요.


이번 주 <주간책방>에서 소개할 '스페인 책방'도 독특한 콘셉트로 사랑받는 곳이랍니다. 스페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 담긴 곳이죠. '최애는 스페인'이란 문구가 눈에 띄는,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작은 책방! '스페인 책방'을 소개합니다.


스페인 책방 내부 모습. 사진=스페인책방 스페인 책방 내부 모습. 사진=스페인책방


Q. 간단한 자기소개 및 서점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충무로역 대한극장 뒤, 낡은 건물 5층에 위치한 ‘스페인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에바, 다미안입니다.

다미안 책방 운영은 에바가 전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책을 만들기 위한 기획과 편집, 책방 행사 등은 함께 하고 있고요. 저는 책방에서 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에바와 함께 퇴근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Q. 독립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다미안 사실 저희는 책방을 열기 전, 출판부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에바는 스페인에서 찍은 필름사진들과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거의 200회 분량 정도 되는 그 콘텐츠를 책으로 내고 싶어했죠. 당시 저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기록들을 책으로 엮어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출판등록을 하고, 책을 만들어 냈죠.

에바가 만든 책을 서점에 입고하기 위해 여러 책방들을 방문했어요. 책방들을 구경다니다 보니 ‘책방을 언젠가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 재작년 이맘때쯤 이 건물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힙한 동네’ 을지로, 충무로에 책방을 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에바 우연이었어요. 저희는 사실 이 동네와 친숙한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이 건물에 아는 분이 계셔서, 이 공간을 발견하게 됐어요. 생각해보니 위치도 나쁘지 않고, 금액도 적당해서 이곳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좀 높이 있긴 하지만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으니 사람들이 찾아오기 쉽겠더라고요.

다미안 사실 ‘힙지로’ 같은 단어들은 이곳에 와서 알게 됐어요. 책방을 열고 보니까 재미있는 곳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주변 구경을 많이 다녔어요. 지금은 단골 가게도 생겼답니다.


Q.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의 책방 소개란에 ‘최애는 스페인’이란 문장이 눈에 띄어요. 왜 스페인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에바 고등학교 때, 동네 서점에서 가우디 책을 보고 스페인에 빠지게 되었어요. ‘세상에 이런 건물을 만드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죠. 가우디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바르셀로나를 알게 됐고, 스페인을 알게 되었어요. 가우디에서 시작해 관심 분야가 점점 넓어진 거죠.

다미안 사실 저의 ‘최애’가 스페인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워요. 저의 ‘최애’는 에바고요(웃음). 저는 ‘스페인 ‘덕후’와 같이 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스페인에 대해 큰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거든요. 세계사 수업시간에 배웠던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에바를 만나고, 같이 살면서 저도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스페인에 대한 TV프로그램이나 책 같은 건 더 관심 있게 챙겨보게 됐고요. 생각지도 못하게 가까운 나라가 되었어요.


다미안, 에바가 펴낸 책 '행여혼신'. 사진=스페인책방 홈페이지 다미안, 에바가 펴낸 책 '행여혼신'. 사진=스페인책방 홈페이지


Q. 직접 제작하신 책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에바 필름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그 사진들을 모아 ‘스페인 필름’ 이라는 시리즈를 내고 있어요. 여행 책이나 고양이에 관련된 책들도 있고요. 메탈리카에 대한 다미안의 에세이도 있죠. 텀블벅으로 후원을 받아 펴낸 ‘행여혼신’도 있어요.


Q. ‘행여혼신’에 대해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다미안 이 책은 저희가 신혼여행으로 순례길에 다녀온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전반부에는 왜 우리가 결혼을 했는지, 결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땠는지 등을 담았고, 후반부에는 산티아고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았어요.

사실 저희는 결혼 제도나 특정 성만 착취당하는 결혼 생활 같은 것에 대해 거부감이 심했어요. 애초에 결혼 자체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순결’을 의미한다는 웨딩드레스 같은 것들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러던 중, 록 페스티벌을 보고 순례길를 걷기 위해 스페인 여행을 계획했어요. 순례길은 40일 가까이 걸리니까, 약 두 달 짜리 여행이 됐죠. 그러다가 ‘이참에 결혼하고, 이 여행을 신혼여행으로 삼으면 어떨까?’라는 말이 나오게 됐어요. 이미 같이 살고 있던 저희는 그렇게 결혼 일정을 잡았답니다. 그리고 신혼부부를 위한 혼인 자금 대출과 퇴직금을 더해 여행 비용을 충당했어요.

결혼은 어떻게 알리고, 식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파티를 하기로 했어요. 주례나 웨딩드레스 같은 것 말고, 밴드 공연과 북 페스티벌을 결합한 파티를 열게 된 거죠. 이 책엔 그런 스토리들이 들어 있어요. 에세이와 기행문 성격이 섞여 있는 책이랍니다.


스페인 책방 내부 모습. 사진=스페인책방 스페인 책방 내부 모습. 사진=스페인책방


Q.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공지하고, 모집하시는 것 같아요. ‘스페인 책방’에선 어떤 활동들을 할 수 있나요?

다미안 ‘스페인 책방’이다 보니 스페인 콘셉트에 맞는 활동들을 많이 기획하는 편입니다. ‘스페인 발그림’ 이나 ‘스페인 제책소’ 등등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활동들이 많죠. 그림을 그리는 워크숍은 특히 호응이 좋아서 오일파스텔, 아이패드 드로잉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보고 있어요.

‘마감 독촉형 워크숍’은 이 책방에서 가장 오래된 워크숍이에요. 책방을 열기 전부터 한 프로그램이고요. 출판사를 다니며 작가들이 꾸준히 매일 글을 쓰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봤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마감이 없으니 글 쓰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마감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면 그것 때문에라도 글을 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독촉을 하고, 또 다독여주고. 그런 걸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 활동은 책을 내고 계시는 작가님들,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 그리고 출판이 목적이 아닌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실제로 이 워크숍을 통해 책이 나오기도 했죠.

에바 워크숍 말고, 스페인과 관련된 가벼운 모임도 자주 진행하는 편이에요. 스페인의 축제나 달마다 크게 하는 행사의 콘셉트를 따와서 모임의 주제로 삼아요. 완벽하게 풍습들을 재현해 내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정말 즐겁고 독특한 모임이에요. 지난 12월에는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새해가 될 때 종소리에 맞춰 포도 열두 알을 먹는 스페인의 풍습을 따라해 보았어요.


Q.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미안 조그만 책방들이 책을 판매해 책방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수익을 내기 위해서라면 워크숍을 해야 해요. 사람들이 책방에 방문하도록 하는 거죠. 일단 사람들이 책방에 와서 책을 발견해야 책 판매 수익을 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계속 흥미로워 보이는 활동들을 기획하는 거예요. 저희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 중 하나랍니다.

에바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책방으로 모이게 하고 싶었어요. 모여서 이야기하고, 노는 모임 같은 걸 계속 기획하는 이유예요. 같은 관심사로 몇 시간을 떠들 수 있고, 친구가 되기도 하죠.


- '하몽 파티와 플라멩코 공연이 열리는 흥겨운 책방!' 에서 이어집니다.



김보미 인턴기자 jany69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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